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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야기/어떻게 오셨어요?

[똑똑한 환자 1] 내가 먹는 약은 본인이 알아야 합니다.

by 닥터XL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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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환자가 되셔야 합니다.

환자가 되는데 똑똑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다 알아서 해주는 거 아닌가요? 병원에 정보 다 있잖아요. 많은 분들이 요즈음 스마트한 세상에서 환자가 똑똑해져야 한다는 말은 쉽사리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왜 이리 복잡하냐, 물어보는 것이 많으냐고 단계가 많아짐을 불편하다고 호소합니다.

 

 

병원에 잘 가지 않은 젊은 세대나 건강하신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병원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군데만 가는 것이 아니라 아픈 곳마다 병원을 달리해서 가시는 분도 많습니다. 먹는 약의 종류가 최소 5알에서 많게는 10알씩 먹는 분도 많습니다. 3~4일 먹다가 안 먹는 경우가 아니라 한 달씩 처방받아 몇 개월에서 몇 년씩 장기 복용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러 분들은 본인이 복용하고 있는 약이 어떤 약인지 알고 계시나요? 약을 안다는 말은 약의 이름, 약의 효능, 약의 부작용, 약봉지에 함께 밀봉되어 있는데, 각 약의 모양을 구분해서 필요할 경우, 구분해서 복용할 수 있는지를 다 포함합니다.

 

 

요즈음 약국에서는 약봉지에 무슨약인지 프린트가 되어 나옵니다. 좋은 세상이네요. (제 처방전 입니다.)

 

 

처방받은 약 기억할 수 없다면 저장하세요.

병원에 진료받으러 오시거나 응급실 오시는 분들은 반드시 평소에 드시는 약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약의 오남용과 중복처방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말씀해주시는 환자분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단기간에 중복된 성분을 처방하게 되면, 요즈음은 전산에서 걸러주기도 하지만 환자분 개개인의 모든 약을 전산으로 검색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 평소에 다른 약 드시는거 있을까요?"

"음... 관절약, 하고 심장약하고 고지혈증, 갑상선 약이요"

"관절약은 무슨 약일 까요? 심장약이면 무엇 때문에 드시는 약일까요? 고지혈증 약이면 아스피린이 포함되어 있나요? 갑상선 약이면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 그냥 심장 약하고 고지혈증 약하고 갑상선 약 먹습니다. 한 군데서 처방받아서 한 달씩 타서 잘 모르겠어요. 먹은 지 10년이 넘습니다."

"아... 네..."

"거... 병원 차트에 보면 다 안 뜹니까 제가 무슨 약 먹는지?" 

"제가 먹는 약봉지가 있는데 자 여기 있습니다." (약을 일일이 식별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위의 대화가 제가 만나는 환자분들이랑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약의 증상에 따른 이름을 대시는 분들은 그저 양호합니다. 왜 먹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스마트한 시대를 살고 있어 요즈음은 어르신 세대들도 폴더블폰을 들고 다니시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계십니다. 이 분들 중에서는 약에 대해서 물어보시면 바로 사진첩을 열어 처방전을 찍어놓은 것을 보여주십니다.

처방전을 받으면 무조건 사진첩에다 찍어놓으십시오! 부모님 모시고 병원 다니시거나 하시면 자제분들이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 놓으시거나 부모님 사진첩에 저장해주시면 됩니다. 간혹 혼자 오셔서 무슨 약 먹는지 자녀분들한테 전화 거시고 의료진 바꿔주고 말로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간혹 처방전을 한 장밖에 안 준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약구에 처방전 주면 받아서 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래의 의료법 제12조를 보시면 처방전은 2부를 발행해서 한 부는 조제용으로 한 부는 환자 개인 보관용으로 출력해야 합니다. 보통 병원에서 편의로 한부만 발행하기에 보관하고 계시는 환자분들은 없습니다. 당당하게 진료받은 병원에 2부를 달라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처방전 교부 2부는 의료법에 명시된 사항입니다. 2부 꼭 받으셔서 한 부는 약국에, 한 부는 개인 보관 입니다.

 

 

약을 먹고 부작용이 있다면 그 약이 무슨 약인지 이름을 저장해놓으십시오.

약의 부작용(side effect)이 있었다면 무슨 약 때문에 발생한 건지 반드시 이름을 저장해야 합니다. 이름을 저장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기억하면 까먹습니다. 또 잘 못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진료하는 입장에서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약도 사용하지 못하고 빼고 처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분께만 손해가 되는 것입니다. 평소 의약품과 우리는 친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 문제가 생기면 진료한 병원에 다시 가서 진료를 받고 그 이름을 다음부터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문가적인 판단을 받은 다음, 핸드폰에 저장해놓으십시오. 그래서 어디를 가시든지 보여주시면 됩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그런 경우라면 자녀분들은 반드시 대신해주십시오. 진료를 보러 오셨는데, 긴가민가하시고 약물 사용에 대한 거부감만 가지고 계시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리의 기억을 믿지 말고 사진으로 저장해 놓으십시오.

 

 

마치며...

전기차가 나오고 자율주행이 곧 도래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료의 현장은 아직도 사람의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의료사고를 줄이고자 많은 '이중 확인'등 단계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불완전한 정보를 근거해서 진료하는 부분들이 남아 있습니다. '똑똑한 환자 시리즈'를 계획하면서 찾아오시는 환자분들과 우리 모두가 똑똑한 건강을 찾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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