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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야기/어떻게 오셨어요?

[똑똑한 환자 2] 병원 갈 때마다 보여주세요. 속으로 좋아합니다.

by 닥터XL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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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환자 시리즈2탄입니다.

 

 

 

인간극장 한편 보기

오늘 하루도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환자분께 물어보며 진료를 시작합니다. 좀 더 나은 표현이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별로 생각이 잘나지 않습니다. 혹시나 좋은 표현이나 이렇게 말해줬으면 하는 말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시면 바로 적용하겠습니다. 오늘의 포스팅 주제는 똑똑한 환자 시리즈 2탄입니다. 진료를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항상 비슷한 주제를 만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비슷한 질문을 계속하게 되고 비슷한 대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뵙는 분들은 주로 50대나 60대 이상의 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진료를 하게되면 환자분들에게 기존의 병원이용력이나 수술력을 물어보게 됩니다. 진료를 할 때마다 환자분들의 과거 병원 이용력이나 수술력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70대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수술도 많이 받으시고 지병에 있는 분들은 병원을 여러군데 다니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르신들을 진료하다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인간극 제1부가 시작됩니다. 대기중인 환자분들이 많아 그런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 싶어도 대화를 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죄송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거기에 안나와요?

진료를 하다보면 중요한 단서를 알아차려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셜록 홈즈가 된 것 마냥 환자분들의 증상을 물어보면서 다양한 것들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 같은 경우는 잠을 잘 주무시는지, 특수 직업은 아니신지, 일상생활의 정도 하시는 지,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시는 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르신들 중에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하려고 하면 으레 '병원 콤퓨타에 다 안나오나요?'라고 물어보십니다. 기존에 다니시는 분들은 기록이 있지만 응급실이나 처음 오시는 분들은 병원마다 다 각각의 진료기록을 가지고 있어 공유가 되지 않습니다. 새롭게 다시 이런 저런 상황들과 과거 이력에 대해서 여쭤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것이 어르신들의 대다수가 과거이력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는 것입니다. 수술을 받았는데 왜 받았는지도 모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약을 10년 이상 먹었는데 왜 먹는지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보통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거나 종합병원을 이용 하시는 경우, 보호자들과 함께 가시기에 환자 본인들의 충분한 이해보다는 보호자분들의 도움으로 절차가 진행되고 퇴원까지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도 보호자분들이 대신  받아서 댁으로 보내주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약을 먹지만 어떤 약인지 모르시기에 가까운 병원에 가셔야 하거나 응급실을 가시더라도 환자분들은 잘 모르시고 또 그 때 대동한 보호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 이리 저리 전화를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류 한장으로 끝

진료를 보는 데 꼭 필요한 정보는 파악이 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기가 힘듧니다. 예를 들어, 항응고제나 항혈전제를 복용하시는 경우에는 출혈경향이 있어 시술이나 수술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심장이 좋지 않은 분들은 피곤하다며 맞는 수액이나 영양제를 맞더라도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병원을 여러 군데 다니시면 복용하는 약이 열알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약물 남용이나 중복 복용의 위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점검 사항들을 환자분들의 기억과 진술로 파악해야 하는 애로사항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방법은 바로 이것입니다. 소견서, 처방전을 적극 이용하는 것입니다. 수술을 받으셨거나 몸상태가 악화되어 종합병원에 입원하셨다가 퇴원하실 때, 치료이력이 담긴 소견서를 발급받는 것입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의료진이 보증하는 서류이기에 다른 병원을 가시더라도 소견서와 처방전을 제시하시면 환자파악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분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병원력과 과거력, 그리고 복용약물을 정리해서 스마트폰 저장해서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보호자분들이 정리를 해서 환자분의 핸드폰에 저장해놓으시고 보호자분께서 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난 분은 진료를 시작하니 가슴에서 주섬주섬 고이 접은 서류를 보여주셨습니다. 자신이 언제 수술받았는지, 언제 입퇴원을 했는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의 종류와 최근까지 몸의 상태까지 적어놓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효과적이고 밀도 있는 진료가 가능했습니다.

 

 

스마트한 세상과 똑똑한 환자

세상은 점점 스마트해져가는거 같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모든일을 다할 수 있기에 스마트폰이 없다면 이전처럼 생활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병원에 있다보면 세상은 스마트해져  가는데, 병원은 참으로 변화가 더디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공유되고 정보를 어디에서도 활용 할 수있으면 좋으련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정보의 범용성이 개인정보라는 의미에서 악용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환자의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모든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면 편리할 것 같은데, 왜 그런 세상은 빨리 오지 않는 걸까요? 여러 복잡한 이유가 얽혀 있지만 아직은 똑똑한 의사와 똑똑한 환자가 되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병원이야말로 마지막 인간미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주제입니다. 스마트한 세상이 오더라도 저는 환자분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겠습니다.

 

 

항상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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