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병원이야기/사실은 이게 말이죠...

[약 복용법] 약먹어도 소용 없어요.

by 닥터XL 2022. 8. 26.
반응형

출처 - 픽사베이

 

약 복용법

"사실은 이게 말이죠...
약을 먹어도 아플 수가 있습니다."

"네? 그러면 병원에 왜 오나요? 빨리 안 아프게 해 주세요~"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종종 접하는 상황입니다. 약을 먹어도 아프다고 응급실로 오시거나 외래에서 진료를 보시고 다시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는 약 말고 한방(?)에 해결되는 주사 한방! 놔달라고 하시거나 혈관주사를 원하시면서 약은 안 받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수술이나 시술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모든 진료가 대화약물처방으로 진행됩니다. 대화와 약물 중에 우리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걸까요? 저 자신에게도 진료를 하면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합니다. 진료에서 대화에는 문진과 설명 그리고 교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상 진료현장으로 들어오면 대화보다는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에 해당하는 약물처방이 주가 됩니다. 바삐 돌아가는 진료환경에서의 시간적 압박과 요술방망이처럼 문제가 사라지게 만들기만 하면 오케이라는 두 요인이 맞아 들어가는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약물이 효과를 보기까지의 시간

우선, 약은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입으로 먹는 약은 소화기관을 통과하고 혈액으로 흡수되어 치료효과 농도(therapeutic dose)까지 올라와야 합니다. 그래서 대다수 많은 분들이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면서 약 먹은 지 30분 또는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 투입 방법에 따른 시간에 대한 약물 농도의 변화

 

 

위의 그래프를 보시면 가로축은 시간을 의미하고 세로축은 우리 혈액 속의 약물 농도를 나타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혈관주사(iv-파란색 선) 그래프와 입으로 먹는 알약(oc-살구색 선)  그래프를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약을 먹어도 아픈 것이 바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치료농도로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또한 입을 복용하기에 위장 흡수능력, 위장 운동 정도, 혈중 약물 농도의 증가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고, 동일한 사람일지라도 그때의 컨디션(통상적인 표현입니다.)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 '밥 먹고 꼭 약 먹어야 하나요?'라는 주제도 이야기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환자분들은 주사를 참 좋아합니다. 제가 공중보건의로 근무했을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주사한대 놔주세요'라는 말입니다. 주사보다 약을 처방해드리면 오히려 어떤 분들은 화를 내거나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효과가 빠른 것을 원하는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져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처럼 바로 고농도의 약물이 흡수되지만 그만큼 약물의 지속시간은 짧게 되고 반드시 지속적인 효과를 원하는 경우에는 약을 같이 복용해줘야 합니다. 통증 영역에서 빠른 진정효과(pain control)만큼 빠른 재진통(rebound pain)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빠르고 강하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달콤한 설탕과 같은 허기만 달래고 마는 임시방편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고 진료를 하면서 지속적인 발열과 약을 먹어도 조절되지 않은 통증으로 많은 분들이 병원을 재방문하고 응급실까지 오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통 환자분들께 약 처방의 국룰인 '하루에 세 번 식후에 드세요'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만약 약을 먹었는데 효과가 얼마 가지 않는 다면, 기운이 없어 밥을 안 먹었다면, 자다가 새벽에 아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자분들은 이 경우를 생각지 못하고 상황이 벌어진 후에야 고민하고 참으시다가 응급실로 오시게 됩니다. 더 잘 설명해드리고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설명드리지 못한 부분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100% 효과를 보기 위한 약 복용법

마지막으로 간단한 팁을 드리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할 이야기가 많지만 다음번에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 같습니다.)
1. 통증인 경우, 통증이 다시금 찾아올 것 같으면 미리 드세요(약물효과가 늦게 오기에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2. 식전 식후가 중요한 약(반드시 의사나 약사가 강조해서 설명합니다.)이 아니라면 식사와 상관없이 드세요.
3. 효과가 없다고 약을 두 알, 세알씩 드시지 마세요
4. 장기간 효과를 바라신다면, 주사제와 약을 같이 활용하세요 (이미 주사제의 효과는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5. 응급실이나 병원에 갈 계획이시라면 방문 전, 약을 먹지 말고 가주세요  (약농도가 중복되어 약을 못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 도착해서 '엥? 집에서는 아팠는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 처방이 없더라도 대화만으로도 환자의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가 그런 경험을 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약의 도움과 자신의 몸상태에 대한 이해로 환자와 의사가 협력적 치료 관계로 나아가기를 꿈꿔봅니다.
안녕히 건강하세요~

반응형

댓글